"한우 가격 폭락"… 갈리는 반응
최근 한우 가격이 폭락했다는 소식입니다. 이에 대해 축산 농가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싸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한우 가격이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 한우 가격이 많이 떨어졌어?
네. 한우의 산지 경매가격과 도매가격이 폭락했는데,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6일 기준 6-7개월 암송아지 한 마리 경매가격은 약 197만 원, 수송아지는 약 290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모두 1년 전보다 30% 안팎으로 떨어진 가격입니다.
한우 등심 도매 가격 역시 1등급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마트나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 때 가격을 보면, 그렇게 떨어졌다고는 느끼기 어렵습니다. 16일 기준으로 한우의 소비자 가격은 1등급 한우 기준 1만 2천4백 원 선인데, 한 달 전보다 10% 정도 오른 가격입니다. 코로나 특수를 누리던 1년 전보다는 4.8% 정도 떨어졌습니다.
-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이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거야?
물론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이 바로 연동되기는 어렵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두 가격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큽니다. 게다가 지금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산지의 축산 농가들의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 우시장이 열렸던 지난 13일, 경북 예천에서 한우농가를 운영하던 농민 한 분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150두 정도의 소를 키우던 농가였는데, 최근 축사를 새로 지으면서 부채가 생겼고, 사료비 폭등과 소값 폭락이 겹쳐서 찾아온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농산물과 축산물은 한번 키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공급량을 즉각적으로 조절할 수가 없습니다. 축산 농가들이 가격에 맞춰서 키우고 있는 사육 두수를 바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우협회에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역시나 복잡한 유통 시스템입니다. 한우 농가는 경매를 통해 우시장에 마리 단위로 소를 팔고, 이 소는 도축 과정을 거칩니다. 그런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인건비와 물류비 등 만만치 않습니다.
또한 실제로 소 한 마리를 사서 도축을 했을 때 고기로 팔 수 있는 부위는 60-66% 정도 됩니다. 부위마다 유통가격이 다르며, 비싼 등심은 소 한 마리를 도축했을 때 8%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소 한 마리 전체의 가격이 20~30% 폭락하며 요동을 친다고 해도 등심 가격의 변화 폭은 훨씬 작다 보니, 소비자들은 가격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가격이 변동한다고 해도 대개 유통업체의 마진으로 흡수가 돼 버립니다.
"싼 거 먹으려면 소를 데려와야겠네요. (웃음) 중간중간 들어가는 가공비와 인건비를 다 내릴 수는 없으니..." - 이진우 -
- 그렇다고 바로 도매가격하고 소매가격을 연동시킬 수는 없잖아.
네. 게다가 유통업계에서는 자신들도 산지 가격이 급등했을 때는 마진폭을 줄이고 장사를 해왔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산지 가격이 급락하고 급등할 때마다 가격을 조정하다 보면 오히려 가격이 더 크게 변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생산자들의 단체나 마찬가지인 한우협회는 ‘도매가격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직접 시장가격을 조절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대신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대책들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농가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설 연휴 이후 대대적인 ‘소 반납 투쟁’까지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어제 한우협회와 농식품부가 비공개로 대책회의를 했는데, 한우협회는 정부가 작년 7월 미국산 소고기를 무관세로 10만 톤이나 들여오는 바람에 한우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성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의 경우 75%가 냉동육이라서 단체 급식 등으로 공급됐고 유통시장에 풀리지도 않았다면서 반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2018년부터 과잉공급 우려가 나와 14만 두를 감축하기로 약속했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한우값이 역대 최고치를 찍을 때는 감축 노력을 안 하지 않았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소비자 가격이 도매가에 연동해서 같이 내려가면 좋겠다는 건데... 아무래도 소비 자체가 공급 대비 적은 상황인 거죠?" - 이진우 -
"네. 절대적인 가격이 높다 보니 소비 자체가 공급 대비 적고, 그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할인 행사 같은 것들을 적극적으로 예산을 풀어서 진행하겠다고 합니다. - 양효걸 -
"이게 아파트랑 비슷해 보이는 게, 아파트 값은 많이 내렸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우값처럼 여전히 비싸잖아요." - 이진우 -
"그러다 보니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아 계속해서 악순환을 보이는 것입니다." - 양효걸 -
- 해외에 수출을 하기는 어려운 거야?
농식품부에서도 넘치는 물량을 수출로 해결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2019년 구제역 발생 이후 수출길이 꽉 막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축산물 수출은 질병 감염 등을 이유로 검역이 가장 까다로운 분야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홍콩에 44톤을 수출하고, 몽골 등으로도 수출을 재개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5월에 구제역 청정국의 지위가 다시 회복됩니다. 그래서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말레이시아나 마카오, 캄보디아 등에 수출길이 다시 열리게 됩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현재 한우 수출을 위해서 도축장 등에 대한 할랄 단계 인증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또한 대형마트들이 판매가격을 잘 내리지 않는다며, 이 판매가격에 대한 조사 용역을 통해 가격을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해서 한우 소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기본적인 유통 단계가 줄어들고 가격 자체가 합리적인 반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 공부도하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알았으면 해서 스크립트 가져와서 포스팅 합니다.
출처 : MBC 이진우의 손에잡히는 경제